
4월 4일, 브라질 상파울루.
현지인 교회 “IGREJA MISSIONÁRIA NOVA ALIANÇA”(뉴 얼라이언스 선교 교회)와 시내의 한 작은 마약치유 사역 교회가 함께 마련한 장소에는 몇 일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단순한 예배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세례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뉴 얼라이언스 선교 교회는 정헌명 선교사님이 개척한 현지인 교회다. 그동안 훈련과 교육을 통해 세워진 목회자들이 각 지역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고, 이날 세례식 역시 그 열매 가운데 하나였다.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과 기도가 이어지자, 분위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세례식이 시작됐다.
이날 세례를 받는 사람은 모두 8명. 한 사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자 세례식장은 기쁨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였다.
세례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세례를 받는 이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어떤 이들은 두 손을 들고 환성을 질렀다. “구원받았다”는 고백이 몸짓과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이를 지켜보던 성도들도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서로 다른 얼굴,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지만, 그날만큼은 같은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준비 과정에 헌신한 두 교회의 목회자들과 가족들의 수고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현장을 지켜보던 저 역시 카메라를 들고 그 장면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시선을 돌려야 했다.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오래전 러시아의 낡고 작은 집에서 제가 받았던 세례식이 떠올랐다.
한국 같았으면 크고 화려한 세례식장을 그려보련만, 당시 셰례식장은 화려한 장소도, 많은 사람도 없었다. 낡은 집 안에 몇 명의 한국인 목회자와 탈북민 17명이 전부였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나의 주인으로 섬기겠습니다”라는 고백 한마디로 세례를 받았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푸노라.” 짧은 선포였지만, 그 순간은 삶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었다. 세례증을 받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 제가 처음 흘린 눈물은 억울함 이었다.
과거 북한에서 ‘정치적 생명’을 얻기 위해 청춘을 바치며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10년 군에서의 혹독한 훈련, 인정받기 위한 노력, 그리고 결국 돌아온 것은 비난과 좌절이었다. “공화국영웅” “노력영웅”을 목표로 나의 인생을 바꿔보려고 목숨까지 걸었던 노력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나는 철저하게 속아 살아왔다. 너무 억울했다. 허리 병신 될 정도로 충성했지만 두 번의 지방 진출, 추방이라는 위협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억울한 인생! 사나이의 체면은 없었다.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두 번재 눈물은 감사의 눈물이었다.
“예수님을 믿겠다”. 우리 주님이 저에게서 바랬던 것은 이 한마디였다는 생각에 저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기로 했다.
저 같은 아무 공로도 없었고, 이 세상에서 죄만 짓고 살아왔고, 나 하나의 이익을 위해 살아왔고, 남을 디디고 올라서야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저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주어졌음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세 번째는 결단의 눈물이었다
“주님, 단 한 순간도 주님의 눈에서 떠나지 않겠습니다. 주님을 똑바로 바라보고, 주님의 말씀을 정확히 듣겠습니다. 저와 같은 탈북민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저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북한의 모든 주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질문이 던졌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세례식은 끝났지만, 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교사님에게 제가 받은 은혜를 나누었다.
이날 세례식은 행사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새로운 신앙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이미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자신의 출발점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상파울루의 한 교회에서 진행된 작은 세례식! 그 안에서 흘러나온 기쁨의 눈물과 환성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구원의 순간’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이들은 주의 복음을 온 열방 가운데 전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의 길을 우리 주님께서 반드시 함께하실 것이라 믿는다.
2026, 4, 6 상파울루에서
주재원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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