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장애인도 문화를 누린다 — 독립연대·런던레코드, 뮤지컬 동반 관람으로 문화권 실현
"이동부터 귀가까지, 1:1 동행으로 완성된 완전한 문화 향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이하 '독립연대')와 뮤지컬 극단 '런던레코드'가 손을 잡고 중증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실현을 위한 공연 동반 관람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봉사자 6명이 장애인 이용자 5명과 비장애 직원 1명으로 구성된 독립연대 회원들에게 출발지부터 귀가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함으로써,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완전한 사회 참여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장애인의 문화권, 권리이지 시혜가 아니다
장애인의 문화 참여는 국제 인권 규범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30조는 "당사국은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고 규정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다(United Nations, 2006, Art. 30).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중증장애인은 이동권 제약, 편의시설 미비, 활동지원 부족 등 복합적인 장벽으로 인해 문화 생활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왔다(김경미, 2012, p. 47).
Hahn(1986)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배제가 개인의 기능적 한계가 아닌, 사회 환경의 설계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소수자 모델(minority model)'을 통해, 접근성 보장이 곧 권리 실현임을 강조한 바 있다(p. 128). 이번 행사는 바로 그 원칙을 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다.
행사 개요: 이동부터 귀가까지, 빈틈없는 동행
이번 관람 행사는 오후 5시 10분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의 뮤지컬 공연 관람, 공연 후 귀가 배웅까지 약 4~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총 12명(장애인 이용자 5명, 비장애 직원 1명, 봉사자 6명)이 함께하며 이동과 관람, 식사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공연 전 이동 지원은 이용자의 이동 수단과 상황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대중교통에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들은 봉사자 4명과 각각 1:1로 매칭되어 지하철을 이용해 공연장까지 이동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이용하였으며, 봉사자 2명이 동행해 탑승 과정을 지원했다.
공연 중 지원은 1:1 착석 방식으로 운영됐다. 봉사자들은 공연 관람 도중 진행된 식사 시간에 음식 주문 및 섭취 보조를 담당했으며, 화장실 이동 등 좌석 이동 전반에서도 이용자 바로 옆에서 안전을 함께 챙겼다.
공연 후 귀가 지원 역시 개별 상황에 맞춰 정밀하게 이루어졌다. 일부는 봉사자 2명과 함께 지하철로 이동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 탑승 여부를 봉사자 2명이 현장에서 확인함으로써 안전한 귀가를 도왔다.

자립생활 운동과 문화권의 교차점
이번 행사의 주체인 독립연대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IL) 운동의 이념을 실천하는 조직이다. IL 운동은 장애인이 시설이나 가족의 보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스스로의 결정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중심으로 한다(DeJong, 1979, p. 435). 문화 참여는 이 자립생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Mactavish와 Schleien(2004)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여가 및 문화 활동 참여가 사회적 자본 형성, 자기 효능감 향상, 삶의 질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함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p. 131).
특히 이번 행사처럼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통합적 문화 참여는 분리된 장애인 전용 프로그램과 달리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all(2009)은 통합적 문화 참여가 장애인의 공동체 소속감 강화와 사회적 낙인 감소에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고 보고하며, 이를 단순한 접근성 문제가 아닌 사회 통합의 핵심 지표로 분석했다(p. 222).

민간 협업이 보여준 가능성
이번 행사는 국가 또는 지자체 주도가 아닌,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민간 문화예술 극단이 자발적으로 협업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공기관의 지원이 제도적 한계를 갖는 반면, 민간의 자발적 연대는 이용자의 개별 필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이용자별 이동 수단, 동행 인원, 귀가 방식이 세심하게 개별화된 것은 그 유연성의 실질적 증거다.
Putnam(2000)은 사회적 자본이 수직적 제도보다 수평적 시민 연대에 의해 더욱 풍부하게 형성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p. 19), 이번 독립연대-런던레코드-봉사자 간의 협력 구조는 그 실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남은 과제
한 차례의 성공적인 동행 관람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문화 여가 활동에 대한 활동보조 시간 배분이 의료·일상생활 지원에 비해 현저히 제한되어 있으며(보건복지부, 2023, p. 14), 장애인 콜택시의 사전 예약 경쟁과 운행 대수 부족 문제 역시 지속적인 과제로 지적된다(이선우, 2019, p. 88).
이번 행사를 계기로, 중증장애인의 문화 향유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권리로 뿌리내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및 런던레코드 극단 측이 제공한 행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문헌
DeJong, G. (1979). Independent living: From social movement to analytic paradigm. Archives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60(10), 435–446.
Hahn, H. (1986). Public support for rehabilitation programs: The analysis of U.S. disability policy. Disability, Handicap & Society, 1(2), 121–137. https://doi.org/10.1080/02674648666780121
Hall, T. (2009). Representation, responsibility, and the politics of diversity in arts organizations.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38(2), 214–237. https://doi.org/10.1177/0899764007312712
김경미. (2012).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 실태와 과제. 장애와 고용, 22(3), 35–62.
Mactavish, J. B., & Schleien, S. J. (2004). Re-injecting spontaneity and balance in family life: Parents' perspectives on recreation in families that include children with developmental disability. Journal of Intellectual Disability Research, 48(2), 123–141. https://doi.org/10.1111/j.1365-2788.2004.00502.x
보건복지부. (2023).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안내. 보건복지부.
Putnam, R. D. (2000). 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Simon & Schuster.
이선우. (2019). 장애인 이동권 실태와 정책 개선 방향. 한국장애인복지학, 46, 75–101.
United Nations. (2006).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A/RES/61/106). United Nations. https://www.un.org/disabilities/documents/convention/convoptprot-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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